노인 일자리 온라인 신청하며 처음 알게 된 것들

‘엄마, 그거… 꼭 해야 돼?’

작년 초겨울쯤이었어요. 퇴근하고 라면에 계란 하나 풀어 저녁을 때우던 참이었는데,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아들, 우리 동네에서 뭐 노인 일자리 모집한다는데, 요즘은 전부 인터넷으로 신청한대.”

한숨이 절로 나왔죠. 아… 인터넷으로? 엄마가 할 수 있을 리 없고, 결국 나더러 해달라는 거잖아.
사실 처음엔 좀 버티려고 했어요. 바쁜 척도 해보고, “동사무소 직접 가면 안 돼?” 하면서요.
근데 어머니가 한참 뜸을 들이다가 이런 말을 하시더라고요.
“일을 꼭 해야 한다기보다… 아침에 갈 데라도 있으면 덜 쓸쓸하니까.”

딱 그 말에서 마음이 무너졌어요. 아… 이건 그냥 용돈벌이 문제가 아니구나.
그때부터 저 혼자 조용히 검색을 시작했어요.
‘노인 일자리 신청 방법’, ‘어르신 일자리 온라인’ 이런 식으로요.
그리고 바로 후회했습니다.

첫 번째 시도는 완전히 실패였어요

‘복지로’ ‘노인일자리포털’ ‘노인복지센터’ 등 이름도 비슷하고 사이트도 많았어요.
하나씩 들어가봤는데, 메뉴 구성이 복잡하고 말도 어렵더라고요.
공익형, 시장형, 사회서비스형… 이게 무슨 차이인지 설명도 제대로 없고,
‘참여자 모집공고’라고 적혀 있어도 어디에 신청 버튼이 있는 건지 찾는 데만 한참 걸렸습니다.

결정적으로는 어머니 명의 공동인증서가 필요하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어요.
“아… 이것도 인증서가 있어야 하는 거구나…”
그 말하면서 화면을 닫았던 기억이 나요.

거기서 멈췄으면 이 이야기는 없었겠죠. 근데 다음 날 아침, 또 전화가 왔어요.
“나 어제부터 계속 생각나. 동네 할머니들은 다 일 다시 시작했대. 나만 손 놓고 있기도 뭐하고…”

결국 그날 오후, 반차를 쓰고 어머니 댁으로 갔습니다.

인증서부터 재발급… 동네 은행도 같이 돌아다녔죠

공동인증서를 어머니 휴대폰에서 찾으려 했는데, 등록조차 안 돼 있더라고요.
그래서 은행 가서 재발급 받고, 휴대폰에 설치하고, 패스워드도 새로 만들어 드렸어요.
그 와중에 한 번은 어머니가 기억 안 난다고 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죠.
앱 깔고, 인증 받고, 또 오류 떠서 지우고 다시 설치하고…
정말, 그날 하루만 네 시간 넘게 걸렸던 것 같아요.

근데 이상하게도 그게 싫지 않았어요.
어머니랑 같이 버스 타고 은행 가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거든요.
“나도 너 나이 땐 은행 심부름 다 하고 다녔는데… 이젠 네가 날 챙기네?”
그 말을 듣는데, 묘하게 마음이 뜨끈했어요.

다시 신청 페이지… 이번엔 성공

일단 인증서 설치가 끝났으니, 다시 노인일자리포털에 접속했어요.
이번엔 어머니 나이에 맞는 ‘공익형’으로 신청해보자고 했죠.
근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서류 업로드 단계에서 오류가 자꾸 나는 거예요.
‘파일 형식 오류’라고 뜨는데, 도대체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결국 다시 스캔해서 용량 줄이고, PDF로 바꾸고, 다시 업로드…
세 번 시도 끝에야 제출이 되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저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이 많았어요.
온라인 신청이 있다고는 해도, 정말로 ‘쉽게’ 하게 해놓은 건 아니라는 거요.

어쨌든 그날 밤, 신청 완료 메시지를 보면서 어머니가 웃으셨습니다.
“신청했다고 벌써 다 된 건 아니지?”
“응, 그렇긴 해. 근데 반은 온 거야.”
그 대화를 나누던 순간, 나도 모르게 뿌듯함이 올라왔어요.

결과 발표 날, 작은 변화가 찾아왔어요

일자리 선정 결과는 신청일로부터 거의 한 달 후에 문자로 왔어요.
‘공익형 일자리 참여자로 선정되셨습니다.’
어머니 휴대폰으로 온 문자였는데, 화면을 몇 번이나 다시 보시더라고요.
“이거 진짜 된 거 맞아? 나도 다시 일하는 거야?”

그날 이후로 어머니는 주 3일, 오전 시간에 동네 도서관에서 정리 일을 하고 계세요.
크게 힘든 건 아니고, 하루 두세 시간 정도 일하면서 사람들 얼굴도 보고, 말도 나누고 오신다고 하시더라고요.

무릎이 안 좋아져서 밖에 잘 안 나가시던 분이
“오늘은 누구랑 커피 마셨어~” 하시고,
“나 이제 집에만 있으면 심심해서 못 살겠어~”라고 하세요.
아… 이게 진짜 변한 거구나 싶었어요.

그 후로는 매년 내가 챙기게 됐어요

올해도 신청 시기가 다가와서 다시 포털에 들어갔어요.
작년에 해봤다고 이번엔 좀 수월할 줄 알았는데,
사이트가 살짝 바뀌어 있어서 또 헤맸어요.
그렇지만 예전 같진 않았어요.

작년에 메모해둔 체크리스트도 꺼내고, 필요한 서류는 미리 준비하고,
오류 뜨는 구간도 미리 대비했죠.
무엇보다 마음가짐이 달랐어요.
‘귀찮아서’가 아니라,
‘엄마가 일상을 회복하기 위한 절차’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은 제 스케줄표에
‘노인 일자리 신청 기간: 12월 말~1월 초’
이렇게 아예 적어두고 있어요.
매년 반복될 일이니까요.

내가 겪은 ‘노인 일자리 온라인 신청’ 시행착오 정리표

시행착오 상황 그때 느낀 점이나 기억나는 말 다음에 안 틀리려고 한 대처
어디서 신청하는지조차 몰랐음 “복지로? 포털? 뭐가 진짜야…” 사이트 북마크로 저장해두고 메모장에 정리함
인증서가 없어서 시작도 못 함 “이건 진짜 몰랐는데… 인증서부터 해야 하네.” 어머니 명의 공동인증서를 은행 가서 새로 발급받음
신청 중간에 파일 오류 계속 남 “파일이 크다는데… 도대체 어느 정도 작아야 하는 거지?” 서류는 처음부터 PDF로 저장하고 용량 미리 줄여둠
서류 누락으로 제출이 안 됨 “다 쓴 줄 알았는데, 제출 누르니까 안 된다고 떠요.” 필요한 서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하나씩 확인함
신청 마감일 놓칠 뻔함 “헉, 마감이 내일이었다고?” 캘린더에 알림 등록해놓고 문자도 받도록 설정함

마음속에 남은 말, 잊히지 않아요

작년 여름, 어머니가 그러셨어요.
“내가 뭐 대단한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요즘은 하루가 빨리 간다.
나도 아직은 쓸모가 있구나 싶은 기분이 들어.”

그 말을 들었을 때… 묘하게 울컥했어요.
내가 한 일은 단순히 신청서 몇 개 넣어드린 것뿐인데,
그게 어머니에겐 ‘내가 다시 세상과 연결된 느낌’으로 다가왔다는 게요.

사실 저도 몰랐던 거죠.
누군가의 ‘혼자 있기 싫은 마음’을 이렇게 조금만 도와주면,
일상이 바뀔 수 있다는 걸요.

지금도 가끔 온라인 신청 과정이 번거롭긴 해요.
예전처럼 헷갈릴 때도 있고, 서류 하나 빠뜨려서 다시 할 때도 있고요.
그래도 이젠 후회 안 해요.
이건 어머니를 위한 일이라기보단,
결국 나 자신이 더 단단해지는 시간이기도 하니까요.

한마디 남긴다면요.
“어렵다고 안 하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아요. 근데 한 번 해보면, 그다음은 익숙해져요.”
그 말을 저 자신에게도, 누군가 이 글을 보고 있을 독자분에게도 조심스레 전하고 싶어요.